지난 해 10월~11월, 우리 가족을 피말리게 했던 전세 보증금 사건을 기록해 본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도 집주인은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는 커녕 (전세금을 일부라도 먼저 준다든가, 언제까지 마련해서 주겠다든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으로 일부 (본인이 친한) 부동산에만 매물을 내놓고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
명의 상 집주인은 딸이었고, 이 문제로 실제 연락했던 집주인은 그 딸의 엄마 (할머니 연배)였는데 너무 답답해서 계약서 상 딸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겨도 대답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할머니는 집이 안나가서 큰일이네 이런 소리만 하고, 딸이 백수라 대출도 못 받는다며, 우리도 돈이 없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 딸은 어쩌다 한 번 전화를 받으면 엄청 귀찮다는 듯이, 기다리라고, 우리도 최선을 다한다니까요? 하며 짜증내고 먼저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전세 보증금 돌려 받기 후기:
#1.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문자 및 전화 통보를 했다.
법적으로는 최소 전세 계약 만료 한달 전에 계약 종료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무려 6개월 전부터 다수의 문자와 전화로 통보를 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주변 시세보다 몇천만원 더 높게 올려놔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집을 보고 갔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일단은 집이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만기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집은 나가지 않았다.
#2. 직접 작성한 내용 증명을 등기로 보냈다.
만기일 한달 남았을 때쯤 법적 대응까지 갈 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내용 증명도 보냈다.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많은 템플릿이 있다. 만기일이 언제이고 연장 생각이 없으니 언제까지 우리의 보증금을 달라고 했고, 보증금 얼마얼마를 언제까지 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정도는 굳이 법무사나 변호사 없이 스스로 써서 보내도 무방하다고 한다. 발송은 계약서 상 집주인 집주소로 등기를 발송하면 된다. 3천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근데 우리 집주인은 우리가 보낸 내용 증명을 고의로 계속 받지 않아서 우리 집으로 다시 반송되어 돌아 왔다. 우체국에서 3번까지인가 우편물을 가지고 가는데 수신인이 계속 부재중이면 발송인에게 다시 반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내용 증명 보냈다고 사진 찍어서 그 할머니와 그 딸에게 문자까지 다 보내 놓았다. 퇴거의사를 밝힌 증거로는 충분한 듯 하다.
나중에 소송이 될 경우에 세입자가 불리한 경우는 거의 없는데, 불리한 경우가 있다면 계약 종료 의사를 충분히 사전에 (1개월 전에) 표시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라고 한다. 이 부분만 확실하게 증거를 남겨 놓으면 전세금 소송은 대부분 세입자가 승소한다고 알고 있다.
#3. 전세 만료일이 지났고, 우리의 새 집 계약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전세가 그래도 만료일 지나 한달 까지는 어떻게든 나가겠지 하고 미리 새 집을 계약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기존 전세금을 받지 못하면 새 집 계약에 차질이 생겨 새 집 계약금을 날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정말 때가 되어서 받아야 하는 내 돈을 집주인 사정으로 받지 못하니 얼마나 화가나던지...
이 때부터는 우리가 아예 부동산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집을 내놓고 다녔다. 물론 집주인 할머니한테 미리 동의를 구했고, 가격도 이대로는 안나간다고 더 낮춘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고 다녔다.
#4. 난리 와중에 알게 된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금보증보험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보증보험이다. 쉽게 말해서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만료 되었는데도 전세금을 안 주고 있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먼저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주어 새 집 계약을 치르게 하고, 집주인에게 보증금과 이자를 받는 시스템이다. 계약 만료되자마자 돈을 주는 건 아니고 계약 만료 후 한달 정도는 지나야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전세금보증보험을 활용하려면 새 집 이사 기간을 좀 넉넉히 잡아서 계약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제약 사항이 좀 있긴 하다 (보증금 한도 7억원, 보증료 납부 필요, 주택도시보증공사 이외의 금융기관이 전세 보증금에 담보를 설정한 경우는 제외 등)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2339220]
이런 경우, 서울보증보험의 가입 조건이 좀 더 유연하니 그 쪽으로 좀 더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5. 임차권 등기 명령을 진행하다.
새 집으로 이사 해야 하는 날이 다가 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 대처를 하지 않고 새 집으로 이사갈 경우, 우리는 대항력을 상실하게 된다. 즉 전세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 집으로 이사도 안 가고 계속 헌 집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임차권 등기 명령이라는 법적 절차를 실행하게 되었다.
다른 블로그 후기를 보니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일반인이 직접도 신청할 만큼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인 변호사를 통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고 여차하면 소송까지 갈 생각으로 임차권 등기 명령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사실, 이 절차는 법무사를 통해서 진행해도 된다고 한다. 변호사는 법무사 대비 비용이 훨씬 비싸다. 100만원 넘었던 것 같다. 반면, 법무사는 몇십만원 정도라고 나중에 부동산 아줌마한테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소송에서 이기면 이 비용 모두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하니 그냥 지인 변호사 통해 진행했다.
임차권 등기 명령도 신청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고, 또 관련 서류를 집주인이 등기 수령을 해야 진행이 빨리 되는 것이라 새 집 이사까지 넉넉히 한달을 여유를 두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이사 가야 하는데 아직 임차권 등기 명령이 등록되지 않은 상태면 이사를 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새 집 이사일 한달 전 정도 되고나서야 발에 불이 떨어져서 부랴부랴 바로 명령 신청에 들어갔다.
뻔뻔하게 나오던 집주인 딸이, 본인의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가 된 걸 보면 뭐라고 할까? 이는 부동산에 빨간 줄을 긋는 의미라고 한다. 다른 세입자를 나중에 찾게 되더라도 과거의 행적(제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때문에 신규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등기 명령 및 이사간 날부터 법적 지연이자 5%를 청구할 수 있고, 소송이 진행된 이후부터는 연 15%의 지연이자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6.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다.
일단 소송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고, 정신적/체력적/금전적 소모가 큰 일이기 때문에 그전에 시도해볼 만한 절차가 '지급명령'이다. 하지만, 집주인이 지급 명령 받고나서 이의 신청을 하게 되면, 어짜피 다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지급 명령으로 시간 끄느니 바로 소송으로 가자, 하고 변호사와 말을 맞춰두고 있었다. 집주인이 일단 말이 너무 안 통했고, 돈이 없다 했고, 집 경매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임차권 등기와 함께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을 병행하여 진행했다.
#7. 갑자기 전세세입자가 나타나서 허무(?)하게 해결되었다.
임차권 등기 명령과 보증금반환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을 무렵, 이제 새 집 이사일까지 2주가 남은 시점이었던가? 갑자기 다음 전세세입자가 나타났다. 계약까지 한 것이다. 소송까지 안 갔고, 새 집 이사 전날 보증금을 받고 집을 빼주기로 돼서 다행이었지만 그동안 쓴 비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이미 신청한 임차권 등기 명령은 어찌 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변호사 비용 300만원 중 반 정도는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었다. 집주인으로부터 임차권 등기 명령이 등기에 기재되기 전에 속히 취소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우리도 변호사 비용 일부를 달라고 해서 등기 명령 취소하기 전에 150만원을 미리 받은 것이다. 지인 변호사도 사건이 중간에 취소된 거라 일부 비용을 돌려주어서 그렇게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는 않고 전세보증금을 잘(?) 돌려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첫 전세집이었는데 처음부터 너무너무 고생했다. 참 마음 많이 졸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많은 인생 공부를 했구나 싶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고생인 분들을 위해 기록을 남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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